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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

[책추천] 대화(리영희)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대화(리영희)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한 사람의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반드시 삶의 전환점을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근래에 읽은 책 중에 지식인으로서의 한 사람이 얼마나 치열하게 인생을 살았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준 책이었습니다. 

그의 삶에 대한 태도와 연구에 대한 치열함, 불의에 저항하는 용기, 진실을 향한 한 사람의 숭고하고도 진지한 자세는 이 책을 읽는 누구에게나 큰 교훈과 사색을 안겨줄 것입니다. 

이 책의 첫 장을 열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까닭에,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 우상과 이성-(1977) 머리말 중에서

식민지 조선시대를 살고, 해방, 분단, 전쟁, 군사독재, 민주화투쟁의 시대를 살아온 한 지식인.. 리영희 선생.

이 책은 2005년 77세의 연세에 출간되었습니다. 대담형식으로 풀어쓴 것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말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봤을 때 얼마나 정신이 살아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특종을 썼는데 그 기사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치열한 연구와 미래를 내다보는 힘. 과거의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과 과학적인 분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조선일보 기자라고해서 꼴보수인줄만 알았는데 예전에는 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나온 신문이 한겨레 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언론인으로서 하나의 기사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청와대에 들어가고, 글을 쓰는 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글 하나의 파급효과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쓴 책 <전환시대의 논리>(1974)는 수많은 민주화 열사들과 학생들, 지식인들에게 거시적인 안목과 본질적인 힘의 배경을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읽어보기 위해 샀습니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것은 이전에 책추천에도 올렸지만, 무위당 장일순 선생에 대한 평가는 대단했습니다. 

https://sss333.tistory.com/entry/%EC%B1%85%EC%B6%94%EC%B2%9C-%EB%AC%B4%EC%9C%84%EB%8B%B9-%EC%9E%A5%EC%9D%BC%EC%88%9C%EC%9D%98-%EB%85%B8%EC%9E%90%EC%9D%B4%EC%95%BC%EA%B8%B0

리영희 선생은 학계나 언론계의 참 스승을 꼽는다면 누구를 꼽으시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원주의 장일순 선생입니다. 나이는 일년 반 정도 위인데 인격, 사상, 품위, 경륜 모든 것으로 해서 내가 십년 위로 모시고 싶은 분이었어요. 마음으로는 항상 웃어른으로 모셨어."(P. 466)

무위당 장일순의 책은 정말 지식과 진리를 몸으로 살아낸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뭔가가 있습니다. 

암튼 리영희 선생의 대단한 점은 진실과 진리를 향한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종교적인 신념처럼 불의에 저항하고, 타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옥도 간 것이고, 많은 기자들은 권력의 실세들과 결탁해 떵떵거리며 사는데도 리영희선생은 정말 가난에 허덕이며 살아왔던 것을 봤을 때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어려운 시절을 겪게 한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서두에도 '존경하는 아내 윤영자에게 바친다'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리영희선생은 시대를 보는 안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외신부장을 할 정도라면 당연하겠지만, 그 당시에 미국에 관해 누구보다 래디컬하고, 미국이란 나라의 본심을 꿰뚫고 있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일깨워주었습니다. 보통 5.18광주 민중항쟁 이후에 미국이 독재정권의 행태를 보고도 좌시하는 것을 보았을 때 비로소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라고 하면서도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지금도 주한미군 주둔을 가지고 방위비협상을 하는 것을 보면, 또 전시작전통제권 하나 없는 나라라는 것을 보면, 식민주의 시대에 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마음대로 무기도 못만들고,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수밖에 없는 나라. 통일이 되면 달라지리란 희망이 있지만, 그 마저도 요원하지 않음은 미국이 한반도 돌발상황시 북한을 땅따먹기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알고 확실해졌습니다. 북한은 엄연히 한반도, 한민족, 조선의 나라임에도, 그 나라를 중국,  미국 같은 강대국이 분할통치하려는 식의 계획을 세웠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죠. 아직도 제국주의 의식을 버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우리나라의 통일을 바라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죠. 물론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바라지 않겠지만요.

어찌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무엇보다 리영희선생의 업적은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쟁에서 구해준 나라. 혈맹. 미제는 좋은 것 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던 민족에게 그 웃는 얼굴 뒤의 본심을 밝힌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의 지식인은 차고도 넘쳐나지만, 리영희선생과 같은 지식인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