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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

목사, 그리고 목사직(이재철목사)

목사, 그리고 목사직(이재철목사)

 선배 목사가 책을 한권 선물해서 보내줬다. 그 책이 바로 이재철 목사의 <목사, 그리고 목사직>이라는 책이다.

일곱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인데, 목사로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 번쯤 스스로 자문하고 가야할 질문이라 생각이 든다. 

1. 나는 지금, 왜 목사로 살고 있는가?

2. 나는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두 목회자(아론, 모세) 가운데 어느 유형인가?

3. 나는 목사이기 이전에 전도인인가?

4. 나는 얼마나 자발적으로 고독한가?

5. 나는 얼마나 인간을 알고 있는가?

6. 나는 나의 목회를 소위 더 큰 목회를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7. 나는 하나님의 심판을 믿고 있는가?

이상의 일곱가지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놓은 책이고, 동료, 후배 목사들에게 목사가 되기 이전에, 또 목사로서 살면서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사역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책으로 내놓은 것 같다. 

책 뒷표지에 이런 글이 나온다. 

"목사가 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나 목사직을 올곧게 수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한 말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군소신학교 나와서 목사가 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니다. 1년 만에 목사가 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기도 했다. 또는 뒤늦게 소명을 받아서 일반대학 나온 후 3년 대학원 과정을 하고, 풀타임 인턴과정 2년을 하면 목사가 되기도 한다. 

신학대학부터 신학을 시작해서 지금 목사가 된 동기는 50%도 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동기들을 보면, 80명이었는데 지금은 3~40명 정도 목사가 된 것 같다. 물론 목사가 되기 까지 과정은 대학 4년, 대학원 2년, 인턴 2년, 총 8년 과정이다. 신학교는 특수성이 있어서 인지 바로 교회에서 목회실습을 병행한다. 교회 목회실습에서 패스하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가 없다. 남자들은 또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물론 목사직을 올곧게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이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목사안수받는 것보다 제대로된 목사직을 수행하기란 어렵다. 

교회 현실도 어렵기도 하거니와, 성도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목사들이 전별금과 퇴직금, 평생 노후 보장되는 듯한 이야기는 사실 대다수의 목사들에게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소위 말해 상위 10% 이상 되는 이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요 나머지 대다수의 목사들은 정말 어렵게 살아간다. 

세상의 기준에 턱없이 부족하고, 차상위계층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민센터에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다. 

30대~40대 부목사의 연봉은 2000~3000 정도 된다고 보면된다. 큰교회일수록 많지만, 정말 어렵게 사는 사람은 더없이 많다. 그래서 많은 젊은 목사들은 투잡을 갖기도 한다. 자녀들이 많은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대리운전을 하기도 하고, 남는 시간은 배달업에 뛰어든다. 

소명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어떤 후배 목사는 배달업으로 전업한 친구도 있다. 목사 사례비보다 훨씬 더 많이 벌기 때문에 그렇다. 목사가 대우가 좋다는 것은 10%에나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첫번째 질문을 수없이 한다. 

"나는 지금, 왜 목사로 살고 있는가?"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자녀로 인한 갈등, 목사 자녀들은 학원은 커녕, 방과후도 못보내는 경우도 있다. 한 달에 그 몇만원이 없어서 그런 경우도 부지기수다. 자녀들의 원망과 바램대로 학원이나 친구들과의 모임도 보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시골 지역에서 가장 젊은 축에 끼는 직업이 바로 목사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연령대가 목사여서 시내 병원에 갈 때는 어김없이 운전을 도맡아 한다. 

나는 지금, 왜 목사로 살고 있는가? 이런 대우를 받고, 남들은 다 도시에서 살고, 경제적으로도 남부럽지 않게 살고, 목사라서 대학원이나 졸업하는 고학력자임에도 연봉 3000이 안되어서 종종 형제들에게 의지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나님이 나를 부르셨다는 소명의식. 글쎄.. 난 잘 모르겠다. 내가 목사로 사는 이유를 돌아보면, 청소년시절에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크고, 믿지 않는 부모님이 나로 인해 예수를 영접했다는 감격때문이다.

두 번째 질문에서 내가 아론 유형인지, 모세 유형인지 사실 명확하지 않다. 때로는 모세처럼 희생할 때도 있고, 아론 처럼 나의 유익을 구할 때도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돈만 밝히는 목사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목사들도 많다. 

내가 제일 많이 하는 기도가 무언가 생각해보면, "하나님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다. 

내가 부족함을 알기에, 하나님이 불쌍히 여겨 주시지 않는다면, 목사고 뭐고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목사로서 교인들을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아야 되는 것은 8,90년대 이야기이다. 요즘 목사가 그렇게 했다가는 이혼당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목사 가정이 풍지박산 나는데 교회에서 목회를 할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교회가 목사의 것인줄 안다. 요즘은 목사는 뭐 하나 잘못하면 바로 쫓겨나다싶이 사임을 한다. 장로나 장로부인 눈밖에 나면, 일년을 못간다. 하나님의 눈치를 보며 목회하는 사람들은 개척해서 교회가 성장한 목사나 가능한 정도다. 청빙받아서 갔는데 장로들과 트러블이 생기고, 교회에서 문제가 생기면 늘 책임지는 것은 목사다.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3년 내에 담임목사가 자주 바뀐다면, 100% 장로가 쥐고 흔들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 보다 자기 마음에 안들면 직원 뽑듯이 목사를 뽑고, 바꾼다. 목사들 중에는 대부분 조용히 나간다. 교회에 분란일으키기 싫은 것도 있고, 교인들 시험들어서 믿음 떨어지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철 목사님은 일곱가지 질문에 정답을 말할 수 있는 목회자 이기에 이런 글을 쓰지 않았나 싶다. 

그 목사님의 책을 나도 참 많이 읽었다. 한 저자의 책 10권 이상 읽었다면, 꽤 읽은것 아닌가. 

하나님의 은혜인지, 심판인지 모르겠지만, 점점 교회가 문을 닫는다. 신학생도 줄어들고 있다. 일당백인 여호수아같은 이들이 많으면 다 해결된다고 할 지 모르지만, 신학교의 질은 점점 더 떨어진다. 학생이 줄다 보니 교수도 더 뽑지 않는다. 교수는 자기 분야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도 가르치게 된다. 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학생 수는 더 줄어든다. 

머지않아 신학교도 폐교 될 날이 올 것 같다. 

목사? 나는 내 자녀에게 목사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목사치고 건강한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있겠지만, 육적으로 반드시 노년에 고생을 하기 마련이다. 내 자녀들은 그냥 신실한 성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목사, 목사직은 늘 누군가에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를 외치는 직이 아닌가 싶다. 

하나님의 말씀 선포, 영적인 능력과 힘, 누군가에게 도전을 주고 변화시켜 새 사람만드는 것! 

세상 사람은 대놓고 비난하지만, 성도들도 앞에서는 인정해주는 것 같지만, 뒤돌아서면 비웃는 것이 현실이다. 

아, 목사가 약간 대접 받을 때가 있다. 그 때는 장례식장에서다. 세상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죽음 직전에 신실한 성도로서 죽기 원하는 이들의 장례식일수록 더 그렇다. 

하나님의 심판을 믿고 있느냐?는 일곱번째 질문에 대해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고 본다. 하나님 믿고 사느냐 그렇지 않느냐, 자체가 심판이라 믿기 때문이다. 

박사학위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진짜 목사라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반신반의한다. 학위가 목적이라면 동의하지만, 공부의 과정 중 하나라면 동의할 수 없다. 신학교 시스템 자체가 현재는 대학원 석사다. 왜 석사여야지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는가? 예전처럼 대학만 나온 학사여도 목사안수를 줬는데.. 평신도가 고학력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해 평신도들이 박사가 수두룩한 곳에서 석사인 목사의 설교말씀이 들리겠는가?! 그래서 의사, 교수, 박사들이 많은 교회일수록 박사 이상을 뽑는다. 그래야 자기 수준에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큰 교회 가기 위한 이력서 한 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사학위 공부한다고 교회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대형교회나 가능한 경우다. 작은 교회 목사들은 빚을 져가면서까지 배우려고 한다. 더 큰 교회 가기 위해서? 단순히 그 이유에서는 아니다. 더 배우고 싶은 욕구도 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시골에서 목회한 목사에게 새로운 자극과 배움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 자체가 얼마나 귀한 일인가. 돈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대출받아서 하는 이들도 많고, 학교 장학금을 받기도 한다. 공부할 시간에 교인을 위해 더 기도하라는데.. 성도가 10명이라면... 그런 곳에서 10년 이상을 목회했다면.. 목사의 잘못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그냥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시골교회를 섬기는 일로도 하나님께 인정받지 않을까?! 

이재철 목사님이 책 인쇄비로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으셔서 그런지 모르겠다. 주님의 교회시절부터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 교회를 개혁하고, 새롭게 하고, 심지어 은퇴하시면서 공동 담임목사를 4명으로 세운 것 자체가 한국교회사에 혁신적인 일이지만, 대다수의 목사들이 바른 목사로 살면서, 얼마나 가정과 자녀에 대해 바른 신앙으로 키워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재철 목사님 본인에 해당될 기준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목사들에게 있어 올곧게 목사직을 수행하며 살기에는 그 기준은 분명 높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금 목사, 목사직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음이 순전한 목사들은 어쩌면 목사직을 내려놓을지도 모르겠다. 박사학위과정을 포기할 지도 모르겠다. 하나님께 영광이 안되고, 교회에 덕이 안되는 목사들은 이 책을 읽다가 도중에 덮을 것이다. 마음에 찔림이 있는 사람은 이 책 대로 방향을 수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의 목사들은 이재철목사님이 말한 그 부유하고, 노후가 보장된 그런 목사들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어느 원로목사님의 장례식장을 조문한 적이 있다. 그 목사님은 젊은 시절부터 여러 교회를 개척한 분이다. 교회를 세우고 어느 정도 성도들이 생기면, 다시 교회를 개척하기를 평생에 반복하신 분이다. 그런데 그 장례식장은 젊은 전도사가 보기에도 너무 초라했다. 그 흔한 화환조차 없다. 조문객도 없다. 유가족들 몇명 뿐이었다. 

잊을 수 없는 그 장례식장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동과 은혜를 받았다. 여러 교회를 개척하고 늘 어려운 길을 걸으셨던 그 마지막 자리에 수많은 사람보다,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생각을 하니 벅찬 감동과 감격이 사무쳤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길을 가신 대 선배목사의 위엄이 느껴졌다. 나도 저런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나는 흉내조차 내지 못할 일이다. 

이름없는 한 개척교회 목사의 장례식장에서 이름있는 대형교회 목사에게서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감동이 지금도 뇌리에 박혀있다. 하나님 앞에서.. 주 안에서.. 목사로 산다는 것. 그 은혜와 감동. 

날마다 묻는다. "나는 지금, 왜 목사로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