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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

[책추천] 파란 1,2(정민의 다산독본)

 파란 1,2(정민의 다산독본)

얼마 전에 정민교수님의 책을 두 권 샀습니다. 파란 1,2 정민의 다산독본입니다. 2019년 9월 5일 초판이네요. 

이 책에 나온 다산 정약용은 완벽한 이미지의 다산이 아니었고, 말그대로 청년 다산이었습니다. 혈기왕성하고, 의기가 충천했다고 할까요. 놀라운 것은 다산 정약용은 천주교 신부 였다고 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책 뒷면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청년 다산'에 관한 놀랍도록 낯선 이야기. 젊은 날 다산의 키워드는 정조와 천주교이다. 정조임금의 그늘이 그를 키웠고, 천주교는 그에게 생애 전체에 걸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40세 이전, 다산에게서 이 둘을 빼고 나면 다산은 없다. "

정말 낯설었습니다. 그의 업적을 보았을 때 학문에 치열하게 몰두하고, 제자들을 키우던 다산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릅니다. 

그전에 다산 정약용은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파란을 쓴 정민교수님이 서론에 이런 말을 합니다. 

"겈토 과정에서 나는 기록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깊이 깨달았다. 글로 남은 것이 모두 진실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진실은 그 행간에 열 길 물속처럼 숨어 있었다... 배경을 앉혀놓고 읽자 다산의 속내가 훤히 비쳤다. 그 다산은 그간 내가 알던 다산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 나는 다산의 사람됨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작업과정, 절망과 고통에 처한 인간의 고뇌와 상황 대처 능력, 사각지대에 놓인 자료의 발굴에서부터 그의 인간적 결점과 그늘까지를 포함해서 총체적으로 살펴보려 했다."

파란 1,2권 전체의 차례입니다. 

1권 1장 소년시절

2장 정조와의 만남

3장 다산의 또 다른 하늘, 천주교

4장 다산은 신부였다

5장 남인과 천주교

6장 조선 천주교회의 성장과 좌절

2권 7장 격돌과 충격

8장 신도시의 꿈과 밀고

9장 배교와 금정 시절

10장 전향 선언

11장 목민관 다산

12장 닫힌 문 앞에서

이제 책 속에서 밑줄 친 부분을 발췌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산은 평생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작업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웠지만, 반드시 자기 색깔을 입혔다. 자기만의 주장이 분명했다. 남이 한 말을 맥없이 되풀이해 정리하는 일에는 아예 손을 대지도 않았다. 작업마다 핵심 가치가 분명했고, 그의 손을 한 번 거치고 나면 이전 것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재탄생해 반짝반짝 빛났다."

"다산의 재주와 학문은 남보다 뛰어나 경사와 제자백가 외에 천문지리와 의약잡방의 책도 해박하지 않음이 없다. 13경은 모두 자신만의 견해가 있다."

"그가 고통 속에서 일궈낸 학문의 위대한 금자탑을 바라보노라면 경외의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인간에게 고통과 시련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역경 속에서 어떤 자세를 지닐까?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다산을 통해 얻고 싶은 대답이 아직도 참 많다."

"다산의 모든 저작의 바탕에는 수학적 질서와 과학적 사유가 깔려 있었다."

"마갈궁의 운명. 고대 점성가들은 이 운세를 타고난 사람은 높은 재주에도 평생 좌절과 비방 속에 곤고히 살다 갈 운명으로 보았다."

"마갈궁의 운명을 지닌 이들의 행동 특성. 첫째, 압도적 재능과 총기를 타고난 천재들로 특히 문장에 뛰어나다. 둘재, 수틀린 꼴을 두고 못 보아, 이로 인해 말 못할 시련을 겪더라도 무릎 꿇거나 타협하지 않는다. 셋째, 쉽게 갈 수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골라 고통을 자초하고, 옳지 않은 길은 죽어도 안간다. 넷째, 설령 일확천금의 기회가 생겨도 거들떠보지 않고, 어떤 권력 앞에서도 할 말은 다 한다. 그러니 그 운수가 순탄할 리 없다.

"세상이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여도 마음으로 승복되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다. 질문의 포인트를 명확하게 갈라 논거를 들어 핵심을 찌른다. 선입견 없이 문제에 집중한다.이것이 평생을 일관한 다산의 공부 방식이었다."

"정조와 함께한 시간이 18년, 그 뒤 강진 유배 기간이 또 18년, 해배 후 세상 뜰 때까지가 다시 18년이었다."

"다산의 작업량과 진행 속도, 그가 다룬 분야의 폭과 깊이를 보며 남음이 먼저 아득해진다. 어떻게 이런 작업이 한 사람의 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까?"

"다산이 읽었던 책에는 곳곳에 그의 메모가 남아 있다. 읽다가 퍼뜩 떠오른 생각이나 기억해야 할 내용을 그는 책 여백에 습관적으로 썼다. 조금 호흡이 긴 생각은 별도의 공책에다 주제별로 정리했다. 다산의 저서 500권은 요즘 식으로 환산하면 70여권 분량쯤 될 것이다."

정조와 다산은 학문으로 대화하는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조가 밤 11시에 숙제를 내줍니다. 새벽문이 열릴 때까지 7언 배율 100운 200구 시를 지어 올리라는 엄명입니다. 

다산은 숨도 쉬지 않고 붓을 내달려, 마침내 장강대하의 7언 200구를 마치고 나서 붓을 던졌습니다. 정조는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다가 동트기가 무섭게 올라온 답안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고 합니다. 

그 시에 대한 정조의 비평입니다. 

"전개가 원만하고 구절이 야무지다. 중간중간 훌륭한 말도 많다. 오늘 이 사람의 작품은 신속하기는 시부보다 낫고, 내용은 표책에 밑돌지 않는다. 이처럼 실다운 인재는 드물다고 할 만하다."

이후에 더 포스팅 한다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다산은 신부였다는 내용입니다. 

겉으로는 전향했다고 하지만, 평생 그의 마음 중심에는 천주에 대한 신앙과 그로 인해 먼저 떠나 보낸 가족들에 대한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책의 표지그림 처럼 파란 바도가 끝없이 휘몰아쳐 오는 인생을 살았던 청년 다산. 한 번 책을 통해 만나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