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0대 후반 남자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다.
지난 주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커트하는데 20분 정도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가방에 들어있는 <82년생 김지영>을 꺼내서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까지 다 읽어버렸다.
물론 책의 3/4을 읽고 표시해둔 터라 손쉽게 읽었지만.. ^^;
그리고 머리를 깔끔하게 하고, 계산대 위에서 지갑을 꺼내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게 되었다.
계산원이 여성분이었는데... 웃으시면서 대뜸 한 마디를 던지셨다.
"어? 이 책 들고 다니셔도 괜찮으세요?"
그 말 한 마디를 들었는데.. 아직도 남녀차별에 대한 벽은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눈총을 받지는 않느냐는 전제를 깔고 말한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저는 영화로도 봤는걸요. 하고 뒤돌아 나왔다.
실제로 나는 <82년생 김지영>을 극장에서 한 번 보고, 네이버에서 컴으로 다운 받아서 한 번 봤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른 누구보다 아내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하고 돌아오면 집이 엉망이고, 아이들은 놀아달라고 제비새끼들처럼 입을 벌린다.
아내는 파김치가 되어 한 켠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
82년생 김지영이 바로 우리 아내와 거의 비슷한 또래다. 83년생이니까.
아이들 육아에 사회인이 아닌 주부로서.. 가정에서 독방육아를 하게 되면서 밝은 면 보다 좀 더 우울한 모습이 많이 비췰 때가 많다.
미안하기도 하고, 남자가 일해야 돈도 더 많이 버는 사회 구조 속에서 가정을 부양한다는 미명 아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요즘 연이어 읽고 있는 책이 있다.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강남순, 한길사.
페미니즘은 그냥 소수 대쪽같은 여성들이 자기 주장 내세우면서 하는 이론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가 있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된다.
내 아내도, 내 어머니도, 내 누나도. 다 여성이기 때문이다. 난 심지어 누나도 셋이나 된다. ㅡ,.ㅡ;;
(어렸을 적에는 가끔 태권도 배운 누나한테 발차기를 당하기도 함.ㅠㅠ 아~ 갑자기 서러움 폭발~!!)
아무튼..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 세대도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여권시장, 가부장제철폐, 왜 잔잔한 사회 속에 돌을 던지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사회 속에 있는 편견과 차별은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하니까.
좀 더 공부를 해봐야 알겠지만, 아내를 알기 위해서라도.. 페미니즘에 좀 더 발을 디뎌봐야 겠다. 그러다보면, 뭔가 발바닥에 닿는 게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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