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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

[책추천] 성서에서 만나는 다문화 이야기(김혜란 최은영 공저)

성서에서 만나는 다문화 이야기

요즘 주변에서 보면 한반도 단일민족이란 말이 무색하게(사실 유전자 조사해보면 엄청난 혼혈민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다문화 가족들이 많이 있습니다. 

베트남, 중국, 필리핀.. 시골에 가면 그런 모습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언제 저희 어머니가 그러더라구요. 중국사람들이 시골까지 찾아와서 힘든 일 하는 사람들은 다 중국사람들이라고..

어제도 동네 공사장에 보니까 동남아쪽 분이 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오늘은 성경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을 한 권 소개할까 합니다. 

"성서에서 만나는 다문화 이야기"라는 책인데요. 

다름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사역, 다름으로 일구는 하나님 나라. 

성서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 중에서 다문화 이주민에 관한 이야기를 뽑아서 정리한 책입니다. 

그런데 참신한 것은 각자의 스토리에 대해 4가지 형식을 가지고 풀어나간다는 사실입니다. 

"배경이야기 - 독백 - 실제사례 - 나눔 질문"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성서를 풀되, 형식이 참신하게 되어 있어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하는 "독백" 부분이 정말 와닿습니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이주 여성 하갈 / 다말 / 게르솜 / 라합 / 룻과 나오미 / 예수 가족 / 수로보니게 여성 / 브리스길라 / 루디아 등등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쓴 제 개인적인 서평입니다. 괜시리 쑥스럽네요.

 ‘성서에서 만나는 다문화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다문화에 대한 시각으로 성경을 보니까 평소에 성경인물에 관한 설교를 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성경인물이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사람에 관한 스토리를 ‘배경이야기’, ‘독백’, ‘사례’, ‘나눔’을 통해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러한 형식은 성서(배경이야기, 독백)와 지금의 시대(사례, 나눔)를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이 다문화 시대 속에서 나의 사고와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독백’ 이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성경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책 속의 인물이 마치 눈 앞에 살아나 속 마음까지 털어놓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몇 절의 짧은 성서구절에서 긴 독백을 쓰려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건너가 직접 경험한 듯한 풍부한 상상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하갈’에 대해 주인 ‘사라’를 무시한 여종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었는데 ‘하갈’의 독백이야기를 읽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갈의 독백에서 주인이자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열국의 어미 사라의 하나님이 아닌 하갈이 고백한 “차별하지 않으시고 따뜻하게 나의 이름을 불러주신 그 하나님”에 관해서도 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도움이 되었던 것은 이처럼 ‘여성주의적 성서비평’, ‘이야기비평’, ‘독자반응비평’을 통해 성서를 더욱 깊이 읽게 하는 창조적 상상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서의 행간 사이에 쉽게 넘어가고, 무관심할 수 있는 ‘하갈’이라는 한 다문화 여성의 하나님을 만나고, 그러한 여성을 통해서도 한 민족을 이루고, 구원의 역사를 펼쳐가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목회 현장 속에서 들리는 다문화의 여성들의 사건을 통해서도 지금도 수많은 하갈들이 있고, 룻이 있고, 게르솜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올 해 초에 아이들과 함께 교회에 등록했던 베트남 여성이 있었는데 이름도 베트남식이어서 한국식으로 이름을 그 자리에서 ‘이효주’라고 지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교회를 잘 나오다가 안보이길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남편의 가정폭력과 시어머니의 등살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혼수속을 밟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문화가정, 새터민, 외국인노동자처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교회가 어떻게 하면 도움을 주고, 신앙을 전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것이 현 시대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사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눔’에 나온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답을 적어보면서 교회 내에 암묵적인 차별과 무시가 존재했고, 교회가 다문화가정에 대해 배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로 교회에서 하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을 몇 가지 나눠본다면, 교회 주보나 화장실, 안내문에 다문화 언어를 병기해 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문화 여성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또래 섬김이를 붙여주고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돕고 동시에 신앙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주민이 한국에 정착하기 어려운 문제는 언어와 음식,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이 있기에 적응하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한 주 정도는 이주민의 주일이라고 해서 이주민들의 문화와 음식, 노래 들을 배우며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온 교우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문제는 사회적인 억압과 분위기에서 생겨나기도 하지만, 개인의 인식과 생각이 깨어있지 못하다면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갈이 부르짖을 때 하나님이 들으신 것처럼, 이주민 스스로가 노력하고, 또한 가족들과 이웃들이 이주민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안다면, 보아스와 룻처럼 아름다운 가정이 생겨나고 그 후손으로 다윗이 태어난 것처럼 위대한 믿음의 사람들이 많이 일어날 거라 생각이 됩니다. ‘다문화’라는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한 분 하나님을 온전히 믿는 크리스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