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책들

[책추천]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이 책을 읽고 그리스에 가서 조르바라는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명한 작품. 빛이 바래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힘을 내뿜는 명작. 인생의 벽 앞에서도 자유롭게 웃으며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명작. 늘 어제의 굴레에 매여 속좁은 인생, 미래의 불안에 휩싸여 걱정하는 인생이 아닌 오늘에 모든 것을 쏟으며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명작. 

사실은 이 책보다 먼저 읽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작품이 있었습니다. <성자 프란치스코> 입니다. 그 책을 읽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을 두 권 정도 샀는데 그 중에 하나가 <그리스인 조르바>입니다. 다른 한 권은 <영혼의 자서전> 이라는 책입니다. 

<성자 프란치스코>는 그 유명한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에게 헌정할려고 집필했다고 합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아프리카의 성자라고 불리죠. 그런데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뭘해도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신학박사였습니다. 특히 역사적 예수 연구로 유명했습니다. 그는 교회에서는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였습니다.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을 그냥 치는 정도가 아니라 연주회를 열 정도로 프로페셔널 했습니다. 거기다가 의사라니.. 헐.. 난 사람인거죠. 

그런 슈바이처 박사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처럼 나에게 감동을 준 이는 없다. 그의 작품은 깊고, 지니는 가치는 이중적이다. 이 세상에서 그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알고, 많은 것을 생산하고 갔다."

이 책은 53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입니다. 그런데도 지나고 보면 휙 하고 읽은 것 같습니다. 어찌나 감명깊게 읽었던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책 표지에 보면..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는 글들이 적혀 있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스스로 지은 묘비명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책의 뒷면에 쓰여진 글들..

"나는 그동안 배운 모든 것을 걸레로 지워 버리고 조르바라는 학교에 들아가 저 위대한 알파벳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조르바만 믿어요. 조르바가 다른 것보다 나아서 믿는 게 아니요. 내가 아는 것 중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지요."

"비와 꽃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쩌면 우리를 부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데... 언제면 우리 귀가 뚫려서 팔을 벌리고 모든 것을 안을 수 있을까요?"

"당신은 아직 젊어서 몰라요. 나처럼 머리 꼭대가기 허옇게 세고 이빨도 몇 개 빠지면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거론합시다. 이 영원한 사업 문제를.... 여자 문제 말이에요!"

"당신에게 할 말이 무척 많아요. 당신 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해본 적은 없을 거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입으론 못해요. 대신 춤으로 보여 드리겠소."

그리고 내가 책을 읽으며 밑줄 친 구절을 몇 개 적어 보겠습니다. 

"나는 알지 못했다. 니는 타파해야 할 게 무엇인가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 폐허에 무엇을 세워야 할지는 알지 못했다. 그걸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낡은 세계는 확실하며 구체적이다. 우리는 그 세계를 살면서 매 순간 그 세계와 싸운다.... 그 세계는 존재한다. 아직 미래의 세계는 오지 않았다. 그것은 환상적이고 유동적이며 꿈이 자아낸 빛의 천이다."

"대화는 먹고 마시면서 생기를 더해 갔다. 나는 마침내 먹는다는 게 숭고한 의식이며, 고기, 빵, 포도주는 정신을 만드는 재료임을 깨달았다."

"우리가 여기에 온 건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요."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욕심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은 다 품고 말처럼 일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 필요로 하지 않되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서 진탕 먹고 마신 다음, 잠든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홀로 별을 이고 물과 바다를 양쪽에 두고 해변을 걷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마지막 기적이 일어나 인생이 동화가 되어 버렸음을 깨닫는 것."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다. 서두르거나 안달을 부리지 않고, 이 오묘한 리듬에 충실히 순응해야 하는 것이다."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믿음이 있다면 낡은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성물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다고요? 그런 사람에겐 거룩한 십자가도 문설주나 다름이 없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오, 여기 또 하나 가련한 인생이 있구나.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사람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 사람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죽어 널빤지처럼 땅 밑에 꼿꼿하게 누워서는 흙으로 돌아간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 될테니까."

"말이나 선행도 마찬가지요.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어중간한 습관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겁니다. 우리는 못 하나를 박을 때마다 승리를 하는 겁니다. 하느님은 악마 두목보다 어정쩡하게 반만 악마인 것들을 더 미워하십니다."

"그대도 별과 함께 도는 것처럼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라.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은 내 마음 속에서 노래처럼 울려 퍼졌다."

"마침내 나는 행복이 무언가를 깨달았네. 그 이유는 내게 '행복이란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다. 의무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보람은 그만큼 더 큰 법'이란 옛말이 지금 이 순간 그대로 실감되어 오기 때문이라네."

 

영국의 비평가 콜린 윌슨이 쓴 글.

"카잔차키스가 그리스인이라는 게 비극이다. 러시안인이고 러시아어로 작품을 썼더라면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