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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

[책추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1,2(박경철)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박경철)

책 중에서도 읽으면서도 미소짓게 만드는 책이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 가운데서 개미를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아름다운 동행.> 세상은 혼자서 사는 것도 아니고, 더불어 살 때 또 함께 동행할 때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즐거운 일만이 아닌 때로는 정말 가슴 아픈 일까지도 말이에요.

경북 안동에 있는 신세계병원에서 일하는 외과전문의 박경철. 그는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면서도 경제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자기혁명> 정도네요. 

이 책은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고,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어버렸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가 참 많았기 때문입니다.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짜 이야기는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호소하기 때문일까요?!

프롤로그 제목이 "시퍼렇게 살아 있어야 할 '양심'의 이야기" 입니다. 

칠십이 넘은 할머니께서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가 달린 채 가족들에게 남긴 유언과 같은 글 네 마디.

"시신기증"

"매일매일 누군가가 사망하고 또 누군가가 그 자리로 새로 들어오는, 그런 곳에 누워 있는 환자의 마음은 어떨까. 죽음의 길을 떠나면서 자신의 육체를 나눠주고 가는 분들의 마음은 또 어떤 것일까."

"응급실에서는 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교차된다. 그곳에 있으면 그동안 내가 살리지 못했던 환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이 유독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다가온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죽음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탓에 종종 타인의 죽음에 무뎌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무뎌지지 않을 때가 있는데, 바로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이 떠났을 때다."

"의사들에게 가장 힘들고 고달팠던 시기를 꼽으라고 하면 대개 레지던트 1년차 시절을 꼽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의사란 사람들은 어찌됐든 모두 고난과 역경이라는 불순한 시간들을 그런 대로 잘 견뎌낸 사람들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지독한 한 시절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지독함도 시간이 흐른 어느 순간엔 아름답게 변하곤 한다. 50년을 뛰어넘은 어느 노부부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수많은 약들. 하지만 이 약들 중에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아무리 의사라도 마음의 병까지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참 안타까울 때가 있다."

"가난 때문에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불편해진다. 누추한 세상을 버리는 그 마지막 마음을 엿보다 들킨 사람처럼 나는 어느덧 죙니이 되어 있는 것이다."

"사는 동안 내게 위안이 되는 몇 안되는 소중한 선물이 있는데, 그 중에 제일 큰 선물은 가족이다. 그들이 없었따면 내가 어찌 웃으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을까."

의사 지만, 한 사람의 양심으로 세상을 바로본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에게 이 책을 빌려줬는데 재미있게 잘 봤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은 서울대 갈 실력이었는데 전액장학금을 받고자 고대를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 무슨 일인지 정신이상이 생겨 말도 어눌하게 하고, 사회복지관에서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상태가 안좋아져 다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네요. 

웃으며 했던 그 분의 말 한마디가 귓가에 울립니다. "책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것 같지만, 늘 곁에 누군가의 도움과 동행이 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불연듯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을 읽을 때 더 선명하게 알게 되죠. 내가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던 게 인생이었구나 하구요. 

오늘도 곁에 있는 누군가와 아름다운 동행을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