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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

[책추천] 비슷한 것은 가짜다(정민 교수)

비슷한 것은 가짜다(정민 교수)

개인적으로 한양대 국문과 교수 정 민선생님 책을 좋아한다. 그 분의 책 중에 읽은 책이 사실 그렇게 많지 않지만, <미쳐야 미친다 / 죽비소리 / 한시이야기 / 비슷한것은 가짜다 / 삶을 바꾼 만남> 정도 읽은 것 같다. 

특별히 보면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에 관한 책들을 많이 쓰고 계신데.. 개인적으로 고향이 전남 강진이다보니 다산에 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강진에 다산초당이 있고, 정약용은 거기서 18년 간 유배생활을 했다. 제자 황상도 거기서 만났다. 살면서 500권의 저서를 썼고 대표작으로 유명한 것이 <목민심서> 정도지만, 아직도 다산의 책들을 다 번역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다산학이라고 해서 그의 학문들을 번역하고 연구하는 학파가 생겼을 정도다. 생각해보라. 500권이면 50살 산다고 칠 때 1년에 10권, 한달에 거의 1권 꼴로 썼다고 보면 된다. 복숭아 뼈가 닳도록 책을 읽고 책속에 파묻혀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아무튼 이러한 다산에 관한 연구와 연암 박지원에 관한 연구에 있어서 탁월한 정민 교수님의 책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운 여름날 시원한 차림으로 독서에 몰두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추천할 책은 <비슷한 것은 가짜다> 라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은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이다. 단순히 정민 교수가 좋아서 산 책이기도 했지만, 믿고 산 책이다.

부제가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산문미학" 이다. 

책에서 정민교수는 연암 박지원(1737~1805년)을 이렇게 표현한다. 

"서늘함은 사마천을 닮았고 넉살 좋음은 장자에게서 배운 솜씨다. 소동파의 능청스러움, 한유의 깐깐함도 있다. 불가에 빠진 사람인가 싶어 보면 어느새 노장으로 압도하고, 다시금 유자의 근엄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실사구시'를 중시한 실학자 연암 박지원. 그의 주변에도 참 좋은 이들이 많았던 것 같다.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연암그룹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박지원 주변에 모여서 학파를 이룬 것이다. 

이 책에 이런 글들이 나온다. 

"한 세상을 건너가는 일은 황하의 위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럴진대 나는 내 눈과 귀를 경계해야 하리라. 내 마음을 우선 다스려야 하리라. 내 마음에서 눈과 귀가 일으키는 병통을 걷어내야 하리라."

"보이지 않으면 위태로움은 없다. 들리지 않으면 두려움도 없다. 위태로움과 두려움은 보고 듣는 데서 생겨난다. 앞 못 보는 장님에게는 조금의 두려움도 위태로움도 없다. 그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위태로움 앞에서도 태연히 평지를 걷듯 뚜벅뚜벅 걷는다. 가히 '명심'의 경계에 들었다 할 만하다." 

"글 속에 담긴 교훈적 의미나 끄집어 내는 사람과는 문학을 이야기할 수 없다. 구도와 색채만을 말하는 자와는 그림을 이야기하지 말 일이다. 형과 색만 보고 광과 태는 읽을 줄 모르는 자와는 예술을 말할 수 없다. 외피만 보고 판단치 말라. 거기에 담긴 시인의 마음, 화가의 의도를 읽어라. 그림 속에 깃든 소리, 글 속에 담긴 메아리를 읽어라. 마음의 귀로 들어라."

한 번 눈여겨 볼 말이다.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며 옛 성현들의 깨우침을 마음에 담을 때 평정심으로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기술이 최고라고 여겨지는 시대 진리의 본질을 붙잡고자 했던 옛 성현들의 몸가짐이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그대 오늘 하루 분주한 일상 가운데서 벗어나 따스한 봄 기운 맞으며 박지원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