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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

[책추천] 뜻으로 본 한국역사(함석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단재 신채호의 말이다. 누구의 말이든, 그 의미가 참 진중하게 다가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추천할 책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입니다. 함석헌 옹이 쓰신 책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책은 좀 더 어렵게 나와서 요즘 나온 책의 표지를 올립니다.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바탕으로 쓴 책이라고 합니다. 

함석헌 선생님은 <사상계>라는 잡지에서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를 써서 널리 알려지게 된 인물이라고 합니다. 동경사범고를 나와서 오산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이죠. 재야 지도자 원로급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1979년, 1985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두 번이나 추천되었다고 하네요. 평화주의자 퀘이커의 일원이시기도 하시죠. 

흰 수염과 복장에서 남다른 포스(?)가 있는 분이신 것 같습니다. 다석 류영모 선생의 제자이기도 하고, 그에게서 맹자를 배웠다고 합니다. 예전에 함석헌 평전을 읽으면서 다석 유영모 선생과 연결되어서 <다석 마지막 강의>라는 두꺼운 책도 사놨는데 책장에 데코만 해두었네요. 

아무튼 <뜻으로 본 한국역사> 차례를 보면,

차례의 소제목이 너무 많아서.. 그냥 각 장별 소제목을 기준으로 해서 나열해보겠습니다.

1. 새로 고쳐 쓰는 역사 / 인생과 역사 / 사관...

2. 올라가는 역사 내려가는 역사 / 당당한 출발 / 열국시대의 모발...

3. 났느냐 났느냐 났느냐 / 수난의 오백년 / 중축이 부러진 역사...

4. 고난에 뜻이 있다 / 생활에서 나타나는 고민하는 모습 / 고난의 의미...

함석헌이 이 책의 내용들 중에서...

"지도교수가 있는 대학도 아니지, 도서관도 참고서도 없는 시골인 오지이지, 자료라고는 중등학교 교과서와 보통 돌아다니는 몇 권의 참고서를 가지고 나는 내 머리와 가슴과 씨름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역사의 기조를 결정하는데 지리와 민족의 특질이 중요조건이 된다. 그러나 그보다 결정적인 것은 하나님의 세 번째 뜻이다. 왜냐하면 먼저 둘은 저 저대로 서는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뜻 안에 그 존재이유를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속에 얼핏 보아 두 가지 마음이 있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하나는 자기 주장을 하는 구심적인 것이요, 하나는 나를 떠나 전체의 자리에 서려고 하는 원심적인 것이다. 이 둘이 늘 싸운다. 자기 주장은 이기적이므로 자기를 모른다. 자기를 능히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자기를 떠나 전체의 자리에 서려는 마음이다. 그것을 양심이라 한다."

"사람이 가슴 속에 한 조각 이상을 품고, 거기 가기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을 때까지는 산 사람이고, 그 이상이 한 번 죽어놓으면 살았어도 송장이다."

"쓰다가 말고 붓을 놓고 눈물을 닦지 않으면 안되는 이 역사, 눈물을 닦으면서도 그래도 또 쓰지 않으면 안되는 이 역사, 써놓고 나면 찢어버리고 싶어 못 견디는 이 역사, 찢었다가 그래도 또 모아대고 쓰지 않으면 아니 되는 이 역사, 이것이 역사냐? 나라냐? 그렇다. 네 나라며 내 나라요, 네 역사며 내 역사니라. 너는 이 나라에 왜 일찍이 났으며 나는 왜 이 나라에 또 무엇하자고 났느냐? 아서라, 누가 나고 싶어 나는 인생이며 아니 살고 싶어 아니 사는 살림이라더냐? 어느 것이 하고 싶어하는 나라며, 아니 지고 싶어서 아니 질 수 있는 고난의 짐이라더냐?"

"본래 정치란 묵인이다. 임금질을 누가 해달랬느냐? 정치를 누가 해달랬느냐? 저희가 나서서 한답시고 떠드니, 사람 살기에 알맞게 하면 묵인해두는 것이고, 잘못이 있어도 사람이란 평안을 요구하는 것이니 과히 심한 것 없으면 참을대로 참다가, 정말 아니 되겠으면 그때는 민중이 일어나 혁명을 하고, 또 나서는 놈 중에서 비교적 그럴듯한 것을 골라 맡기고 또 묵인해두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 읽다가 막혀서 덮어버렸지요. 좋은 책이다 해서 사놓고 매장시켜버렸습니다. 아둔하고 게으른 저처럼 되지 마시고 끝까지 완독하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함석헌 선생의 유명한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로 오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