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책들

[책추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용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용복)

 

대학시절 읽었던 책 중에 참 좋았던 책을 생각하니까 떠오르는 책이 바로 신용복교수님이 지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입니다. 성공회대 신영복교수님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나온 엘리트셨는데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가 20년 동안 옥고를 치르셨습니다. 

그 감옥에서 가족들에게 휴지와 봉함엽서에다가 깨알같이 쓴 편지와 글들을 묶어서 출판한 것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입니다. 

누군가 그랬죠?! 감옥은 대학이다. 그 감옥에서 오로지 독서하고 공부하고 정진해서 큰 뜻을 품게 된 이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더 많겠지만요. 

신용복 교수님이 쓴 책보다 더 유명한 구절도 있습니다. 

소주병에 보면 붙어 있는데.. 듣기로는 소주회사가 신용복교수님의 글을 가져다 썼다고 하네요. 

목차를 보면 감옥에서 쓴 티(?)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교도소 별로, 날짜 별로 목차가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남한산성 육군 교도소(1969년 1월 ~ 1970년 9월) -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독방의 영토, 안양교도소 (1970년 9월 ~ 1971년 2월) - 객관적 달성보다 주관적 지향을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 대전교도소 (1971년 2월 ~ 1986년 2월) - 형님의 결혼.....

나는 걷고 싶다, 전주교도소 (1986년 2월 ~ 1988년 8월) - 새 칫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이 더 마음에 와닿는 것이 저자가 쓴 엽서와 편지들을 그림처럼 첨부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글씨체, 손때묻은 글씨체가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비록 교도소 안이지만,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면서 남긴 기록들이죠.

"나의 아픔이 세상의 수많은 아픔의 한 조각임을 깨닫고 나의 기쁨이 누군가의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불행은 대개 행복보다 오래 계속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울 뿐이다. 행복도 불행만큼 계속된다면 그것 역시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저녁에 등불을 켜는 것은 어려운 때 더욱 지혜로워야 한다는 뜻이라 믿습니다"

신용복 교수님의 글을 보면서 깊은 고뇌와 사색에 관해 생각하게 됩니다. 돌 하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지구의 역사와 바람과 비와 눈물을 보게 되는 것처럼요.

이 책을 읽고 뒤 이어서 읽었던 책이 <나무야 나무야>, <사람아 아 사람아>, <더불어 숲> 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20년간의 수감생활 동안 이러한 주옥같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 갇힌 상황 속에서도 창밖에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새처럼 그 분의 지성과 사유는 하늘 빛 날개를 달고 창공을 휘이 날아다니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네 가슴에 내려 앉아 한 줄기 싹을 틔우셨습니다. 푸른 숲을 바라보고 한 알의 씨앗을 심는 농부의 마음으로..

생전에 한 번도 뵌적은 없지만, 2016년에 암으로 고인이 되신 신영복 교수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합니다. 

"더불어 숲"이 되라는 그 말 한마디가 무한경쟁과 트럼프같이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이 시대에 인류와 지구촌이 함께 가야할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처음처럼.. 더불어 숲.. 마음에 새기고 하루를 진중하게 살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