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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

[책추천] 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윤구병의 생태 에세이)

누구나 어릴 적 자연속에서 뛰놀며 시골에서 살았던 기억을 한 번 쯤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사회가 산업화되고, 지식정보화시대를 거쳐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나아가는 이즈음에..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거라 생각이 됩니다. 

어떤 분들은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입시위주의 교육에 환멸을 느끼며 홈스쿨을 준비하는 부모들도 계시고, 어떤 분들은 대안학교를 보내기도 합니다. 경제력이 되시는 분들은 200만원 이상의 영어유치원을 다달이 보내기도 하시죠. 

교육환경 자체가 빈익빈부익부시대에 더 큰 격차를 벌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흙을 밟고 살고, 생태 공동체를 꿈꾸며 직접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님의 변산공동체 입니다. 윤구병 선생님은 서울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했고, 충북대 철학과 교수생활을 하다가 15년만에 접고, 변산에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살기 시작했습니다. 20여가구 50여명이 공동체를 만들며 변산공동체가 된 것이죠. 

대학시절 책을 조금 읽으면서 생태 공동체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사시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그게바로 1995년 변산공동체입니다. 

저자는 변산공동체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이곳은 서로 종교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나누는 아주 느슨한 생활 동동체입니다. 초기에는 저도 긴장해서 징을 치면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는 시간을 정해두는 식으로 엄격한 규칙을 정하기도 했지만 실패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밥 먹는 시간만 같이 지키고, 저녁 시간에는 다음 날 할 일을 의논하며 자유로운 시간을 갖습니다."

그의 책 중에 먼저 접한 것은 <자연의 밥상에 둘러 앉다>입니다. 부제가 자연과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윤구병의 생태 에세이 라고 되있습니다. 

머리말 자체가 묵직합니다. 세상을 향한 한 마디 외침처럼..

"목숨, 삶, 살림 - 그리고 지렁이 똥만도 못한 개망나니들" 

 

책의 차례를 보면

1장 신나는 삶을 궁리하며

2장 눈보라 치는 개펄에 향나무를 묻으면서

3장 이렇게 미적거리다 죽을 순 없지

4장 진정한 연대는 생명 연대다

 

내용 자체가 읽어보면 삶 속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생태 에세이라고 부제를 지었는지도 모릅니다. 읽기도 쉽고, 그렇다고 내용이 빈약하지도 않습니다. 이야기 속에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식량안보와 자급자족에 대한 견해, 먹거리의 중요성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인식, 사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한 개인의 중요성과 더불어 공동체의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것 같습니다. 

반미에 관한 이야기도 나와서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색채가 나는 것 같지만, 좌우와 정치 진영을 넘어 우리가 딛고 있는 땅에 관한 이야기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책 안에는 먹거리와 목숨, 살림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저는 이 책이 시리즈처럼 나와서 다른 책들도 같이 샀습니다.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입니다. 얼마 전이 어린이날이었죠. 아이들은 자라면서 깨닫게 됩니다. 사회가 얼마나 경쟁위주의 사회인지요. 등수로 매겨지고, 평가받고, 개인이 가치와 존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보다 성적으로 평가받는 세상이라는 것을요. 

자연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숲체험학습 몇 번 한다고 그것이 가능할까요?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 머리말 - 망할 놈의 세상이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차례

1장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인 세상

2장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3장 콩나물 교실에 난쟁이 책걸상

4장 가장 훌륭한 교사는 자연이다

주요 내용은 차지하고 독서교육에 관해서 이런 견해를 피력합니다. 

"무엇때문에 글을 배우고 책을 읽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 교사가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독서교육은 자칫 종살이 훈련에나 도움을 주는 꼴이 되기 쉽다."

"독서교육에는 교사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간접 체험으로 직접 체험을 대신하려는 '그림자 삶'의 태도를 아이들에게 심어주지 않기 위해서도 중요하고, 주인으로 커야 할 아이들을 누군가, 무엇인가의 종으로 길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뜻에서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읽은 책의 권수로, 또 비치된 장서의 양으로 독서 수준을 가늠하려는 무분별한 경향이 없지 않은데, 다시 한 번 되풀이 하거니와 한 권의 책을 읽혀도 좋으니 제대로 된 책을 읽혀야 한다." 

책장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을 보며 제대로 소화한 책은 몇 권일까 헤아려보면 말하기도 부끄럽습니다. 

아이들에게 수많은 책을 사주면서도 직접체험이 아닌 감각훈련이 아닌 그림자 삶을 살게 하는 것은 아닌지.. 초등교육에 따른 우선순위가 있을 텐데 괜한 욕심을 부려서 아이를 오히려 망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윤구병선생님은 이 외에도 다른 책도 에세이 형식으로 썼는데요. <흙을 밟으며 살다><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여러 권의 책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 갈수록 파편화되어가고, 개체화되어가고, 물질의 노예가 되어 가는 때에 공동체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들입니다.

저도 대학시절 한 친구가 묻더라구요. "넌 꿈이 뭐야?" 그 때 막연히 "생태 신앙 마을 공동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믿음 안에서 수도원 공동체를 세우고, 일하고, 놀고, 믿고, 다음세대를 키우는 그런 공동체라고 이야기했는데..

정신없이 살다가 결혼하고, 자식이 생기고,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요. 

어느 날 오랜만에 대학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묻더군요. 

"아직까지 마을 공동체 꿈은 간직하고 있는거지?"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기 보다는 윤구병 선생님이 속한 변산공동체와 같은 모델이 있으니..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살맛나는 세상, 아이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세상, 아름 다운 자연을 보전하며 어우러지는 세상 말입니다. 

두서 없이 책소개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오늘 다른 해야할 일이 많기에.. 이쯤에서 책읽기 꿀팁으로 갈음하겠습니다. 

# 책읽기 꿀팁 : 책 읽을 때 괜찮은 책을 발견했다면, 그 책을 쓴 작가의 다른 책들을 섭렵해보세요. 책읽기의 지평이 확 넓어질 거에요. 그리고 뒤에 보면 참고서적들이 있는데 저자가 어떤 책을 참고해서 썼는지 그 생각의 원인들을 쫓아가다 보면 어떤 흐름 자체가 잡혀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종교쪽이기에 예를 들면.. <개신교 -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 성 어거스틴 - 사도 바울 - 로마서> 사상의 흐름이 어느 날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알게 모르게 다 영향을 받으며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죠. 

부족한 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