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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

[책추천] 깊이에의 강요(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파트리크 쥐스킨트)

오늘 추천할 책은 누구나 들으면 아는 책의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향수>, <좀머씨 이야기>를 쓴 저자입니다. 얇지만 깊이가 있는 책 한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깊이에의 강요>라는 책입니다. 

 

책에 관한 소개를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저자에 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면, 1949년 뮌헨에서 태어나 암바흐에서 성장했고 뮌헨 대학과 엑 상 프로방스에서 역사학을 공부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편의 단편을 썼었는데 주목받지 못하다가 <콘트라베이스>가 극찬을 받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향수> 책이나 영화로 접하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향수 하나로 세상을 지배한 이야기죠. 저는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뭐 하나에 대단 벽을 가진 사람이 뭔가를 이루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하나에 미친 사람이 그 분야의 대가가 되잖아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모습을 보면 약간 뭐 하나에 미친(?) 사람같습니다. 상을 준다고 해도 마다하고, 인터뷰도 거절해버리는 기이한 은든자 스타일이었다고 하네요. 사람만나기를 싫어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책은 4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는데요. 

1. 깊이에의 강요 / 2. 승부 / 3. 장인 뮈사르의 유언 / 4. 문학적 건망증

분량은 100 페이지 밖에 안되는 짧은 책입니다.  그런데요. 읽어보시면, 뭔가 강렬한 게 머릿 속에 남아 있게 됩니다. 

깊이에의 강요.

소묘를 뛰어나게 잘 그리는 한 젊은 여인이 평론가에게 한 마디를 듣습니다. 

"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이 평로가의 말은 그대로 신문에 실리게 되고, 젊은 여류 화가는 결국 자신은 깊이가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하기에 이른다.. 자살 사건에 대한 단평이 이렇게 문예란에 기고하게 됩니다.

"사명감을 위해 고집스럽게 조합하는 기교에서, 이리저리 비틀고 집요하게 파고듦과 동시에 지극히 감정적인, 분명 헛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숙명적인, 아니 무자비하다고 말하고 싶은 그 깊이에의 강요를?"

우리는 누구나 깊이에 대한 강요를 암묵적으로 받습니다. 공부를 하든지, 일을 하든지, 심지어 매일 먹는 식사를 준비할 때 조차도.. 그리고 자신이 평범하게 하던 일이 언론을 통해서 수면위로 들어났을 때, 엄청난 부담감과 깊이에의 강요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 모든 부담을 잘 이겨내고, 나는 오로지 나일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승부. 

동네 최고의 체스 고수가 의문의 젊은이와 체스 한판을 두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도전자와 챔피언의 숨막히는 승부.

그 도전자 젊은이의 거동에 깃들여 있는 침착성과 자신감은 주위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동네 체스고수 장을 이겨버릴 거라고 주변의 모든 이들을 믿게 만들었다. 그 의지를 알 수 없는 체스 플레이에 열광했고, 주위에 분위기도 그렇지만 의중을 알 수 없는 한 수 한 수에 체스고수 장은 머뭇거리고, 초조하고, 망설이고 때로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 남자의 자신감, 천재성, 그리고 젊음에서 오는 후광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물론 그는 다시 승리했다. 그리고 이 승리는 그의 생애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체스를 두는 동안 내내 자신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낮추고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풋내기 앞에서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오늘 실제로는 패배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것은 복수할 기회도 없고 장차 찬란한 승리를 통해 보상할 수도 없기 때문에 끔찍하고도 결정적인 패배였다."

그 어떤 실력도 없이 젊음과 패기 하나로 맛서는 젊은 도전자와 프른 제복을 입은 퇴역한 늙은이 장, 지키기에 급급하고 스트레스에 죽어가던 기성세대. 그 결과는 뻔한다. 승리해도 승리한 것이 아닌 승부. 이미 마음에서 패배해버리고, 젊음은 결국 그를 이겨버리고 만 것이다. 정말 한 차례 체스 경기를 이렇게 박진감 넘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짦지만 강렬하게 그려진 이야기이다. 인생은 승부다. 

이 후에 읽는 챕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문학적 건망증"에서 저자가 쓰고 있는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 순간 책 내용조차 생각나지 않고, 제목도, 저자도 생각나지 않는 그 때가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시죠? 그럼 책을 빌려서라도 읽어보십시요. 

짧지만 강렬한 책이 <깊이에의 강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