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도종환시인)
형님은 뜨거움을 강조하지 않으셨다.
불볕 속을 견디고 견디어 가장
나중까지 남은 빛 하얀 소금을 만지시며
곰섬의 그 흔하디 흔한 바닷물 앞에서
땀과 갈망의 그 중 무거운 것을 안으로 눅이어
빛나게 달구어진 살갗으로 물들이 탔을 때
그것들을 한 그릇씩 자루에 담아
이웃의 식탁에 조금씩 나누며 기뻐하셨다.
가장 뜨거운 햇살 또 시간을 지나
우리의 허영과 거짓들이 모두 비늘을 털고 날려간 뒤
비로소 양식이 되는 까닭을 알고 계셨다.
육중한 짐자전거 바퀴 위에서 튼튼히 삶을 궁글리며
형님은 한 번도 뜨거움이라 강조하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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