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 앞에는 작은 잔디밭이 있다. 두평 남짓되는 잔디밭 옆으로 울타리로 된 사철나무가 심겨져 있고, 대문도 없어 누구나 들어왔다가 나갈 수 있다.
가끔 밖에 나가 보면, 이른아침과 해질녘에 강아지와 함께 잔디밭에 있는 분들을 자주 목격한다.
왜 잔디밭에 이렇게 들어오나 유심히 봤더니.. 강아지들이 꼭 그 곳에 와서 영역표시(?)를 하는 것이 아닌가?!
지나가는 강아지들마다 들어와서는 서로 경쟁하듯이 일을 벌인다.
한 점 마음의 요동도 없이 흐뭇하게(?) 강아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런 모습을 보다 보면 내가 객이고, 마치 그 분들이 주인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시골에서 개를 키우며 자랐다. 아버지가 동물 키우는 것을 좋아해서 집에 소, 닭, 개, 토끼.. 동물농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기한 것은 개가 짖기도 전에 소가 울면.. 얼마 안지나 아버지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시곤 했다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오는 시간을 아는 것인지.. 아버지의 발소리를 개보다 더 잘 듣는 것인지 헷갈릴정도다.
암튼.. 이래저래 나는 친동물적인 정서 속에서 자라 왔다.
그래도 반려견을 키우면서 산책도 시키고, 옷도 입히고, 개모차도 끌면서 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남의 집 마당에다가 실례를 할 때는 미안한 마음을 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개가 얼마나 큰 지 사람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개가 사람을 끌고 다니는 광경도 펼쳐진다. 입마개도 하지 않은채. 무서운 세상이다.
얼마전에는 반려견이 옷을 입었는데.. 굉장히 친숙한 브랜드 옷을 입었기에 눈이 갔다. 자세히 보니 노스페이스가 아니라 도그페이스였다. 아마 조만간 많은 브랜드가 생겨날 것 같다. 아디다스가 아니라 아디독스~~같은 느낌아닌 느낌.
요즘은 개와 다니는 이들이 50% 이상이 젊은 청년들이다. 결혼을 포기하고, 반려견을 키우거나, 결혼은 했는데 자녀 대신에 반려견을 키우는 청년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모두가 외로운 세상에 가장 위로와 사랑을 주는 반려견.
때로는 부모와 자식보다 더 반겨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반려견.
나 자신의 가족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한 당당한 반려견.
너무나 좋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다면. 그것은 누군가에 대한 무례함과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반려견을 가진 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발.. 사유지 공간을 넘지 않기를... 제발..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그 선을 넘지 않기를..
제발.. 내가 좋다고 남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바래본다.
이 글을 쓰는 오늘 밤에도 개짓는 소리가 귓가를 스치운다. 멍멍~
오늘 꾸는 꿈은 아마도.. 백퍼 그 꿈일 것 같다. 개~꿈~!!
'Lif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모 과자점 카페에서 (2) | 2025.03.11 |
---|---|
문 앞에 찾아온 검은 고양이 (2) | 2025.03.09 |
톰 피터스의 비즈니스 인사이트 모음 (1) | 2025.03.07 |
사람은 관계의 동물이다. (1) | 2025.03.06 |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3) | 2024.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