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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

[하루 시 한편]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 꼭 살아 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더보기
[하루를 여는 시] 눈뜨는 새벽 (도종환 시인) 눈뜨는 새벽 (도종환 시인) 밤새 울던 벌레도 뜰 아래 눕고 아직 아무것도 눈뜨지 않은 고요한 새벽입니다. 저도 이렇게 평화로운 세상을 오래도록 꿈꾸어왔습니다. 첫닭이 울고 새들이 때묻지 않은 울음을 하늘 한쪽에 축복처럼 뿌리며 우리들의 영혼이 먼저 깨어 어지러운 꿈을 차곡차곡 개어두고 세상 욕심도 눈뜨지 아니하여 순결한 기도가 숨결처럼 몸에 스미는 그런 아침 같은 세상을 꿈꾸며 왔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빼앗기고 짓밝히고 몸을 묶이어 세상 한 귀퉁이를 잘라 지은 감옥에 갇히어도 용서가 받아들여지고 사랑이 받아들여지는 모두들 제 욕심에 불타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이보다 더 오랜 세월을 저는 이 험한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피 터지게 소리치고 목숨에 불을 뿌려도 자기 자신을 향해서 외에는 마음을 열지 않는.. 더보기
[하루를 여는 시] 우리 거듭나야 합니다(도종환) 우리 거듭나야 합니다(도종환) 거듭나겠다는 것은 죽음을 딛고 서겠다는 것입니다. 거듭나겠다는 것은 내 살을 깎아내며 피 흘리겠다는 것입니다. 내 안과 내 밖의 거짓된 것들과 싸우겠다는 것입니다. 옳지 않은 것들과 싸우겠다는 것입니다. 이제야말로 바로 뜬 눈 되겠다는 것입니다.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는 붓 되겠다는 것입니다. 누가 울리는 우리의 북소리를 가로막습니까 무엇이 우리의 솟음치는 목소리를 가리고 있습니까 우리가 살아서 여럿을 살리고 여럿이 모여서 사람답게 살 세상 만들어 가야 할 역사의 이 새벽에 우리는 얼마를 더 주저하고 얼마를 더 망설이며 발 굴러야 합니까 얼마나 더 부끄러워하고 있어야 합니까 우리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 모두 낡고 오래된 껍질을 벗고 피 흘리며 우리의 속에서 새로이 태어나야 .. 더보기
[하루를 여는 시] 소금(도종환시인) 소금(도종환시인) 형님은 뜨거움을 강조하지 않으셨다. 불볕 속을 견디고 견디어 가장 나중까지 남은 빛 하얀 소금을 만지시며 곰섬의 그 흔하디 흔한 바닷물 앞에서 땀과 갈망의 그 중 무거운 것을 안으로 눅이어 빛나게 달구어진 살갗으로 물들이 탔을 때 그것들을 한 그릇씩 자루에 담아 이웃의 식탁에 조금씩 나누며 기뻐하셨다. 가장 뜨거운 햇살 또 시간을 지나 우리의 허영과 거짓들이 모두 비늘을 털고 날려간 뒤 비로소 양식이 되는 까닭을 알고 계셨다. 육중한 짐자전거 바퀴 위에서 튼튼히 삶을 궁글리며 형님은 한 번도 뜨거움이라 강조하지 않으셨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