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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들

흙냄새(정현종 시인)

흙냄새

                                                                                                정현종

 

흙냄새 맡으면

세상에 외롭지 않다

 

뒷산에 올라가 삭정이로 흙을 파헤치고 고기 코를 박는다.

아아, 이 흙냄새! 이 깊은 향기는 어디 가서 닿는가. 

머나멀다. 생명이다. 그 원천. 크나큰 품. 깊은 숨.

생명이 다아 여기 모인다. 이 향기속에 붐빈다.

감자처럼 주렁주렁 딸려 올라온다.

 

흙냄새여

생명의 한퉁속이여.

 

이 시를 읽다보니 콧가에 흙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습니다.

땅을 디디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감자처럼 주렁주렁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롭지 않다는 것이겠죠.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뒤덮힌 세상에 흙은 이제 머나먼 향연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시금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새싹처럼 생명의 향기가 피어나길.. 

오늘 하루도 맨발로 흙을 밟을 때의 차가운 느낌으로 깨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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